너의 웃는 모습은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전부 잊게 만들었지만
널 꿈꾸던 순간은 어느샌가 많은 것들에
조금씩 잊어야 했나봐
수없이 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워도
이유가 없는 밤이었지
수많은 밤이 지나 이유를 모르던 밤들은
한낱 꿈이 돼 버렸지
이루어질 수 조차도 없는
눈을 뜨면 더 어두운 밤
눈을 감으면 환하게 빛나는 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항상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눈을 뜨면 네가 없어서
눈을 감아야 너를 볼 수 있는 밤
너를 생각하면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역설
겉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중요하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 방식
교과서 외 시에서
반어 찾기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 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먼 후일
김소월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
안개
기형도
아침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안개가 낀다.
안개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안개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상행
김광규
농약으로 질식한 풀벌레의 울음 같은
심야 방송이 잠든 뒤의 전파소리 같은
듣기 힘든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 다오.
확성기마다 울려 나오는 힘찬 노래와
고속 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소리는 얼마나 경쾌하냐.
사랑해 말하지 않아도
너의 눈에 쓰여 있었던
그때가 참 그리워
이젠 180도 변해버린
너와 나의 약속
익숙해진 변명 거짓말까지도
모두 진심이라 믿었던
바보 같던 내 사랑
전부 지쳐버렸어 난
이젠 180도 변해버린
지금 너와 나
사랑 다 비슷해 그래 다 비슷해
너는 다르길 바랐는데
넌 뭐가 미안해 왜 맨날 미안해
헤어지는 날조차 너는 이유를 몰라
이젠 180도 달라진 너의 표정 그 말투
너무 따뜻했던 눈빛 네 향기까지도
정말 너무나도 달라진 우리 사랑 또 추억
아직 그대로인데 난
이젠 180도 변해버린 지금 너와 나
남자는 다 비슷해 그래 다 비슷해
너는 아니길 바랐는데
말로만 사랑해 거짓말 그만해
헤어지는 날조차 왜 넌 이유를 몰라
반어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이유 너와 함께 입던 옷이라서
혹시 어디선가 알아보고 날 찾아줄까 봐
네가 좋아했던 옷을 입고
네가 좋아했던 가수처럼
노래하면 네가 볼 것 같아서
신용재를 따라 하고 따라 해도 안 되는 것처럼
사랑을 따라 하고 흉내 내도 안 되는 것처럼
목이 부서져라 이 노래를 불러도
너는 다시 돌아오질 않잖아
네가 그렇게도 좋아했었던 그 노래처럼
그때 네가 나를 떠난 이후 쉬지 않고 연습하는 이유
혹시 어디선가 들린다면 너 돌아볼까 봐
이제 우리 얘기가 돼버린
네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시험을 망친 상황
겉으로 드러난 표현과 그 속에 담겨있는
의미가 서로 반대되는 것
절망적 상황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갖고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
교과서 외 시에서
역설 찾기
(전략)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 정지용, <유리창 1>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 이형기, <낙화>
(전략)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후략)
-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이별을 통한 성숙을
역설적으로 표현함.
모란이 피는 기쁨과 모란이 지는 슬픔을 역설적으로 표현함.
이기심에서 비롯된 기쁨이 아닌 타인의 슬픔에 공감
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함.
죽은 아이를 반기는 반가움과 슬픔을 역설적으로 표현함.